1. 서 론
제주도 내 고려시대 절터인 제주 오등동 250-8번지 유적에서 제주도 내에서는 처음으로 금동다층소탑이 출토되었다. 고려시대 절터인 오등동 절터는 절터로 예로부터 ‘절왓’ 또는 ‘불탄터’로 불려왔는데, 금동다층소탑의 발굴을 통해 위상과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금동다층소탑이 출토된 3호 건물지에서는 중국 북송시대에 제조된 함평원보, 황송통보, 치평원보 등 3종류의 동전꾸러미가 출토되었다. 3호 건물지는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훼손 및 매립된 것으로 보이는 금동다층소탑이 발견되었다. 여러 층을 쌓아 올리는 형태의 금동다층소탑은 안타깝게도 두 개 층만 남아 있고 손상도 매우 심하다. 하지만 지붕 위 용머리와 와골, 난간, 창, 창틀구조가 잘 남아 있어 고려시대 목탑이나 건물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 유물로 평가된다. 특히 출토지가 확인된 금동다층소탑이라는 점에서 제주 오등동 유적 출토 금동다 층소탑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Daehan Institute of Cultural Properties, 2024).
출토유물인 금동다층소탑은 매우 불안정한 보존상태였기 때문에 과학적인 보존처리가 필요했다. 특히 금동다층소탑은 손상도 심하고, 도금층의 대부분은 표면에서 들떠 있어 정밀한 분석과 진단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실시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통해 금동다층소탑의 재질과 도금 특성을 파악하였다.
2. 연구 대상 및 분석 방법
2.1. 연구 대상
2023년 대한문화재연구원에서 제주 오등동 250-8번지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하던 중 제주도 내에서는 최초로 금동다층소탑이 출토되었다. 3호 건물지에서 출토된 금동다층소탑은 여러 층의 작은 탑을 쌓아 올리는 소탑의 형태이지만 훼손이 심해 일부 층만 남아있다(Figure 1). 발굴조사를 통해 3호 건물지는 화재로 인해 소실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훼손 및 매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동다층소탑은 지붕 위 용머리와 잡상, 와골, 난간, 창, 창틀구조가 잘 남아 있어 고려시대 목탑이나 건물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 유물로 평가된다.
금동다층소탑은 여러 개의 옥개를 조립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재질의 특성과 도금 방법의 종합적 분석을 위해 동체부, 난간, 풍탁 연결금속선 등 다양한 구성품에서 박락 또는 분리된 시편을 각각 분석하였다.
2.2. 분석 방법
금동다층소탑의 금속 재질 및 도금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X선 투과조사와 미세조직 분석을 실시하였다.
X선 투과조사를 통해 육안으로 관찰이 어려운 금동다층소탑의 내부 및 보존상태를 파악하였다. X선 투과 조사는 두께나 보존 상태에 따른 형태 변형을 밀도 차이로 보여주기 때문에 내부구조나 보존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과학적 조사에 효과적이다. X선 투과조사는 연 X선 조사기(M-150, SOFTEX, JPN)로 방사선 조사하고, CR(Computred Radiography, CRXvision, GER)을 이용해 고해상의 디지털 이미지로 현상하였다. 재질 특성과 도금층 분석을 위해 금속학적 연구 방법으로 미세조직을 분석하였다.
금동다층소탑에서 자연 박락 또는 탈락된 시편은 금속학적 분석 방법으로 재질과 도금 특성을 살펴보았다. 미세한 크기의 시편을 분석하기 위해 에폭시수지로 마운팅 하였다. 시편의 연마는 시료연마기에서 300rpm 속도로 사포 800번, 1000번, 2000번, 4000번순으로 연마한 다음, 150rpm 속도에서 1 μm diamond suspension으로 최종 연마를 실시하였다. 연마된 시편은 에틸알코올 120 ml, 염산 30 ml, 산화철(Ⅲ) 10 g을 혼합한 용액으로 부식시켰다.
미세조직 관찰은 반사식 광학현미경(DMRBE, Leica, GER)을 이용하였으며, 미세조직 전체를 50배로 확인하고 특징적인 부분을 100배, 200배, 500배로 확대하여 조사하였다. 또한 광학현미경으로는 관찰이 어려운 고배율의 경우에는 시편 표면을 탄소(carbon) 코팅하여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IT-300, JEOL, JPN)으로 관찰하였다. 또한 금속재질과 도금층의 성분은 주사전자현미경에 장착된 에너지분산분광계(Energy Dispersive Spectrometer, Oxford, UK)로 분석하였다. 아울러 시편을 구성하는 금속 성분의 분포 및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SEM에서 관찰되는 시편의 전체 영역을 에너지분산분광계로 맵핑하였다. SEM-EDS는 가속전압 20 kV, Working distance 10 mm의 조건으로 분석하였다.
3. 분석 결과
3.1. X선 투과 조사 결과
Figure 2는 금동다층소탑의 측면과 상면을 X선으로 투과 조사한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면 금속 재질의 밀도가 낮은 상태로 부식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둥 역할을 하는 외곽 창틀은 밀도가 높게 관찰되지만 모재가 상하 방향으로 길게 겹쳐진 형태적 특성으로 인해 밀도가 높게 측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금된 금동유물은 표면에 부착된 금의 영향으로 같은 두께의 청동유물보다 밀도가 높게 측정된다. 하지만 금동다층소탑의 X선 투과조사 결과에서 밀도가 매우 낮게 측정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따라서 부식이 매우 심한 바탕금속에 부착된 도금층이 대부분 박락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Figure 2에 1번과 2번으로 표시한 옥개는 지붕을 포함한 건물 형태의 금동다층소탑 일부 층으로, 이들이 몇 층에 해당하는 옥개인지는 알 수 없다. 1번으로 표시한 옥개의 상면은 정사각형이며, 측면의 형태는 상단과 하단의 폭 변화 없는 직사각형이다. 다만 1번 옥개는 두 개의 옥개가 서로 포개진 상태로, 크기가 작은 옥개 1점이 큰 옥개의 내부에 들어가 있다. 한편 2번으로 표시한 옥개는 1번과 동일한 형태이지만 조금 더 크다. 옥개의 크기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상면을 촬영한 X선 사진에서 두 개의 크기를 서로 비교해 보면, 각 층이 겹쳐지는 탑신받침 부분이 2번 옥개에서 약 1.5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각 구성품의 탑신받침이 약 1.5배 커진 만큼 2번 구성품의 전체적인 크기도 약 1.5배 증가했다. X선 투과 사진으로 3개의 옥개 탑신받침 크기를 실측해 보면, 1번 옥개의 작은 탑신받침은 36 mm, 큰 탑신받침은 41 mm이며, 2번 옥개의 탑신받침은 46 mm이다. 이들 크기는 약 5 mm 씩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X선 투과 조사 사진의 결과를 통해 두 개의 구성품이 위⋅아래로 연결되는 층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3.2. 미세조직 분석 결과
3.2.1. 동체부
Figure 3은 금동다층소탑의 동체부에서 탈락된 파편에서 취한 미세조직을 보여주는 현미경 사진이다. Figure 3a는 미세조직의 전체를 보여주는 광학현미경 사진으로 상하단부의 표면에서 도금층이 관찰된다. 또한 중앙 일부에는 적황색의 부식되지 않은 바탕금속이 남아 있으나, 결정립을 따라 부식되었다. Figure 3b는 Figure 3a에서 바탕 금속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Figure 3a의 중앙을 확대한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면 α상을 중심으로 흰색의 납입자와 옅은 회색의 δ상이 관찰된다. 또한 상단의 도금층은 약 100 μm의 두께를 가진 부식층 위에 형성되어 있다. Figure 3c는 3b의 도금층을 확대한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약 1 μm의 균일한 두께를 도금층은 위⋅아래면이 모두 매끄러운 특징을 보인다. Figure 3b와 3c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미세조직과 도금층을 EDS로 분석하여 Table 1에 나타내었다. Figure 3b의 화살표 2로 표시한 α상에서는 주성분으로 구리 87.43wt%와 주석 11.94wt%가 검출되었다. 또한 화살표 3의 δ상에서는 주성분으로 구리 62.99wt%와 주석 34.66wt%가 분석되었으며, 2.32wt%의 안티몬이 검출되었다. 화살표 4로 표시한 납입자에서는 69.06wt%의 납에 6wt%를 상회하는 황이 포함되어 있다. 화살표 1로 표시한 도금층에서는 금 80.93wt%, 은 8.09wt%, 구리 4.04wt%가 분석되었으며 수은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도금층의 특징은 아말감 도금법이 적용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또한 매우 얇고 일정한 두께를 가지는 도금층의 특징은 도금에 사용된 재료로 금박이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도금층은 부식물 위에 약 1 μm 정도 들뜬 상태로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부식물 위에 매우 얇은 도금층이 얹어져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도금층은 쉽게 박락될 수 있다.
Figure 4는 금동다층소탑의 동체부에서 탈락된 파편 중 조금 두꺼운 편에서 취한 미세조직 사진이다. Figure 4a는 미세조직의 전체를 보여주는 광학현미경 사진으로 부식물과 함께 적황색의 바탕금속이 남아있고, 도금층은 상단부에만 존재한다. 바탕금속은 결정립을 따라 부식물이 형성되어 바탕금속의 합금 비율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Figure 4b에서 명확하게 관찰되는 회색의 δ상은 구리에 주석을 최소한 10% 이상 포함하였음을 보여준다. 구리와 주석을 합금으로 하는 청동은 520℃ 이상에서 α와 γ상의 2가지 상으로 존재하다가 520℃에 이르게 되면 γ상이 변화되어 α+δ상의 혼합조직이 출현한다. δ상의 출현은 청동 소재의 취성을 급격히 증가시켜 상온에서의 단조를 불가능하게 만든다(Lee et al., 2018). Figure 4c는 4a의 좌측상단을 확대한 광학현미경 사진으로 도금층은 바탕금속과 층을 이루는 부식물 위에 부착되어 있다. Figure 4d는 미세조직 전체를 관찰한 전자현미경 사진으로 바탕을 이루는 α상과 함께 밝은 회색의 납이 다량 분포한다. Figure 4d의 상단 일부를 확대한 Figure 4e에서 다양한 미세조직이 관찰되어 EDS로 분석하였다(Table 2). Figure 4e의 화살표 2로 표시한 α상에서는 주성분으로 구리 86.42wt%와 주석 12.89wt%가 검출되었다. 또한 화살표 3의 δ상에서는 주성분으로 구리 66.56wt%와 주석 31.27wt%가 분석되었으며, 1.45wt%의 안티몬이 검출되었다. Figure 4e의 화살표 4로 표시한 납입자에는 71.13wt% 의 납에 9.07wt%의 황이 포함되어 있다. 납의 융점은 328℃로 청동에 비해 현저히 낮음을 고려할 때 이 부위가 가장 늦게 응고 되었다(Park and Yu, 2004). Figure 4f의 화살표 1로 표시한 도금층에서는 금 86.19wt%, 은 7.81wt%, 구리 5.91wt%가 분석되었으며 수은이 검출되지 않았다. 도금층의 일부에서 서로 겹쳐진 부분도 존재하나 평균 1 μm 내외의 두께를 가진다. Figure 5는 Figure 4d에서 관찰되는 미세조직의 전체를 EDS로 X선 맵핑한 결과이다. 구리와 주석, 납을 주성분으로 합금되었으며, 납은 불균일한 크기로 미세조직의 전체에 분포한다. 특히 납이 자리잡은 부위에서 9%를 상회하는 함량의 황이 분포하는데, 이는 황이 포함된 납을 합금 재료에 사용하였음을 의미한다. 황을 포함하는 대표적인 납의 황화광물로는 방연광(PbS)이 있다(Cho and Kang, 2008).
3.2.2. 난간
Figure 6은 금동다층소탑의 난간 부분에서 탈락된 파편에서 취한 미세조직을 보여주는 현미경 사진이다. Figure 6a는 미세조직의 전체를 보여주는 광학현미경 사진으로 대부분 부식되었으며, 하단부 일부에서 적황색의 부식되지 않은 바탕금속이 드물게 분포한다. 도금층은 상단부에서만 관찰되지만 하단부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현재의 보존 상태를 고려하면 한쪽 면만 도금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Figure 6a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Figure 6b를 보면 화살표로 표시한 3가지의 서로 다른 미세조직이 관찰되며, 이를 EDS로 분석하였다(Table 3). Figure 6b의 화살표 2로 표시한 α상에서는 주성분으로 구리 86.42wt%와 주석 10.93wt%가 검출되었다. 또한 화살표 3의 δ상에서는 주성분으로 구리 64.68wt%와 주석 32.39wt%가 분석되었으며, 1.72wt%의 안티몬이 검출되었다. Figure 6b의 화살표 4로 표시한 납입자에는 71.13wt%의 납에 9.12wt%의 황이 포함되어 있다. Figure 6c의 화살표 1로 표시한 도금층에서는 금 90.31wt%, 은 9.35wt%가 분석되었으며 수은이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도금층은 3 μm 내외의 일정한 두께를 가지므로 난간 부분의 표면 도금에 금박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3.2.3. 풍탁연결금속선
금동다층소탑에서 풍탁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풍탁을 연결하기 위해 사용된 금속선은 용머리 장식의 끝에 파손된 상태로 남아 있다. Figure 7은 본체에서 분리된 금속선에서 취한 미세조직을 보여주는 현미경 사진으로 여기서 관찰되는 특징적인 부분은 EDS로 분석하였다(Table 4). Figure 7a는 풍탁 연결에 사용된 금속선의 종단면을 관찰한 광학현미경으로 사진으로 미세한 결정립을 가진 미세조직이 전체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단면이 원형인 금속선은 500 μm 내외의 직경 크기를 가진다. Figure 7b는 7a를 전자현미경에서 관찰한 사진으로 표면에서 도금층이 확인되지 않는다. Figure 7b에서 관찰되는 미세조직의 전체를 면분석한 결과, 구리 98.51wt%와 주석 1.49wt%가 검출되었다. 일부를 확대한 현미경 사진에서 매우 양이 적어 전체 함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Figure 7c는 7a의 일부를 확대한 광학현미경 사진으로 α상의 입계 내에는 쌍정이 생성되어 있으며, 작은 구상의 비금속 개재물이 관찰된다. 또한 일부에서 납입자가 관찰되지만 전체 합금 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매우 양이 적다. 이 납입자에서는 납 70.38wt%와 구리 25.42wt%가 주성분으로 검출되었으며, 동체부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황은 검출되지 않았다. Figure 7d는 금속선을 길이 방향(횡단면)으로 취한 미세조직의 전체를 보여주는 광학현미경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면 Figure 7a의 종단면 미세조직에 비해 길이 방향으로 연신된 α상이 연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Figure 7e는 7d를 동일한 배율에서 관찰한 전자현미경 사진으로 표면에서 도금층이 확인되지 않는다. Figure 7f는 7d의 일부를 확대한 광학현미경 사진으로 쌍정이 생성된 α상과 함께 길이 방향으로 연신된 비금속 개재물이 확인된다. 비금속 개재물은 33.46wt%의 황과 65.57wt%의 구리를 주성분으로 한다. 여러 가지 구리 광석 중 황을 포함하는 것으로는 황동광과 휘동광이 대표적인데 이들을 사용할 경우 여기에 포함된 황 일부가 구리 금속 내에 잔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Lee et al. 2010). 비금속 개재물의 변형은 기본 소재인 구리를 이용해 가늘게 금속선을 만드는 과정에서 두드림, 인발 등의 외부 힘이 가해졌음을 의미한다(Lee and Kim, 2023). Figure 8은 Figure 7b에서 관찰되는 미세조직의 전체를 EDS로 X선 맵핑한 결과로 구리와 주석만 검출되었다. 금속선은 매우 가는 두께의 원형이라는 특징을 가지는데, 이는 인발을 통해 원하는 두께의 금속선을 만들어 금동다층소탑에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미세조직에 생성된 쌍정은 금속선 제작 과정에서 두드린 후 풀림과 같은 열처리가 있었음을 의미한다(Scott, 1991). 따라서 구리선을 효율적으로 인발판의 작은 구멍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열처리 기술인 풀림이 필요하다(Lee, 2018).
4. 고 찰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동소탑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제작기법을 살펴본 기존 연구사례가 부족하여 제주 오등동 유적(250-8번지) 출토 금동소탑과 제작기법을 비교해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다양한 금동유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통해 제주 오등동 유적 출토 금동소탑의 제작기법을 고찰해 보았다.
금동다층소탑은 구리-주석-납을 주성분으로 하는 청동 주물을 틀에 부어 주조하였다. 매우 정밀하게 만들어진 금동다층소탑의 주조에는 밀랍주조법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밀랍주조법은 공정이 어렵고 세부 문양 등을 정밀하게 표현하는 금동불이나 장식품 종류에 많이 사용된다(Jeon, 2003). 금동다층소탑에 대한 성분분석 결과, 주성분인 구리와 주석, 납의 함량이 높게 나타났다. 부식이 심해 주석과 납의 정확한 합금 비율은 알 수 없지만 미세조직의 여러 곳에서 δ상이 관찰된다. 주석을 포함하는 청동합금에서 δ상은 일반적으로 10%를 상회하는 주석이 합금되었을 때 생성되므로, 10% 이상의 주석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구리에 주석을 포함시키면 융점을 낮추고 인장강도를 높일 수 있다(Hirao, 2001). 금동다층소탑의 미세조직에서 관찰되는 납은 불균일한 입자상이기 때문에 합금 비율을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량 분포하는 특징은 의도적으로 납이 첨가되었음 보여준다. 납은 융점이 낮아 결정화 과정이 늦게 진행되기 때문에 수지상정 사이의 줄음구멍과 가스구멍을 메워 미세조직을 치밀하게 하고, 가공성 및 내마모성을 좋게 한다(Choson Technology Development Compilation Committee, 1994). 따라서 납은 주조성과 가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첨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세조직의 δ상에서 검출되는 안티몬(Sb)은 구리 광석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며, 납에서 검출되는 황(S)은 납 광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금동다층소탑의 도금은 두께 1 μm 내외의 얇고 균일한 금박으로 도금하였으며, 도금 방법으로 금박을 표면에 붙이는 금박도금법이 적용되었다. 금박은 주성분인 금(Au)에 8% 내외의 은(Ag)이 포함되었다. 특히 도금층에서 수은(Hg)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특징은 아말감도금법이 적용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은을 사용하는 아말감도금법은 수은이 도금층에 잔류하고, 금 입자들이 알갱이 상태로 관찰된다(Ryu, 2000). 금동다층소탑의 표면에 금박을 붙이기 위해서는 접착 재료가 필요하다. 과거에 사용된 접착 재료는 어교, 아교, 계란 흰자, 옻칠 등의 유기 접착제가 있다. 그러나 매장된 상태에서 쉽게 분해되어 재료의 성분을 찾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금박 부착에 사용된 유기 접착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예부터 아시아 전역에서는 코팅제와 접착제의 용도로 옻칠을 금박 부착에 사용하였으며(Donna and Christopher, 2000), 이 방법은 현재도 전승되어 금박 부착의 주요 접착재료로 옻칠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옻칠을 이용해 도금한 금동유물은 오랜 기간 땅 속에 매장되면 부식이 발생한 위치에서 접착력이 약화되며 옻칠층을 금속 표면에서 분리시키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금속 이온은 부식된 금속 표면에서 옻칠층을 통해 이동하며 금박 도금층을 덮을 수 있다(Donna and Christopher, 2000). 이처럼 접착 재료를 사용하는 금박도금법은 부식으로 인해 도금층의 성분만 남기 때문에 도금층에서 옻칠층을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다. 금동다층소탑의 도금층과 바탕금속 사이에는 부식물이 채워져 있어 명확하게 옻칠층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옻칠의 사용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두 층 사이의 간격이 있고, 얇은 금박이 사용된 특징은 옻칠을 포함하는 유기 접착제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출토된 금동유물 중 유사한 분석 결과는 강진 월남사지 출토 금동풍탁에서 찾을 수 있다. 구리-주석-납을 주성분으로 하는 청동합금으로 풍탁을 주조한 후 금박도금법으로 표면에 금박을 입혔으며, 도금층의 두께는 1 μm 내외로 매우 얇다. 여기서도 금박과 바탕금속 사이의 두 층을 접합시켜주는 물질의 존재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Lee and Jeon, 2017).
풍탁을 연결시키기 위해 사용된 금속선은 용도에 맞게 구리 소재로 만들어 연성을 높이고, 인발하여 가늘게 만들었다. 미세조직에서 관찰되는 쌍정과 변형된 비금속개 재물은 인발의 결과이다. 인발은 가는 금속선을 만들기 위한 변형 가공법으로 인발판의 작은 구멍에 금속선을 끼우고 뽑아낸다(Hong, 2020). 인발판의 사용 시기를 국외에서는 AD 7세기 이후로 보는 견해가 주를 이루는 반면 국내에서는 삼국시대에 이미 인발이 사용되었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수세기가 지난 고려시대에는 인발기법이 보편화된 금속세공기술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2 mm 이하의 금속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발판에 금속선을 통과시키는 인발이 활용되고, 여기서 제작된 금속선을 이용해 금속장식을 연결한다(Lee, 2018). 따라서 0.5 mm의 매우 가는 금속선을 만들기 위해 인발은 반드시 필요했다. 구리-주석-납의 금동다층소탑와 달리 금속선을 구리로 만들었다는 점은 용도에 맞춰 다른 공정으로 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동다층소탑에서는 청동합금 주조, 도금, 인발 등 다양한 금속세공기술이 확인되었다. 고려시대는 금속합금을 만드는 금속재료기술과 주조 및 단조, 절삭가공 기술이 더욱 완성되어 발전한 시기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장식품과 생활필수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금, 은, 동 철과 그 합금들의 이용 분야가 더욱 넓어졌다. 고려시대에는 금속을 가공하는 수공업관청으로 군기감과 장야서가 있으며, 이러한 수공업관청의 일부 업종들은 민간수공업에 이미 있었던 업종이 관청수공업에 인입되거나 분리되어 형성되었다. 장야서의 금박장(金箔匠)과 은장(銀匠)은 민간수공업에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업종이 그대로 관청수공업에 인입되었다. 특히 『고려사 권124 열전37 전영보』에는 금박 세공을 생업으로 삼는 전영보(全英甫)가 충선왕 복위 2년(1310)에 대호군(大護軍)의 벼슬에 제수되었다는 기록이 있어 당시 금박을 다루는 장인이 전문적으로 활동했음을 알 수 있다(Choson Technology Development Compilation Committee, 1994,). 민간과 관청에 소속된 장인들의 전문적인 금속세공기술은 이전 시기의 금속가공기술을 더욱 발전시켰을 것이다. 이처럼 민관의 다양한 금속세공기술 업종은 주조, 도금, 세공 등 각 제작기술에 따른 세분화 및 전문성을 향상시켰을 것이다.
5. 결 론
금동다층소탑의 형태 제작에는 구리-주석-납의 주성분을 가진 청동합금이 사용되었다. 각각의 구성품은 따로 주조하였으나, 성분 분석 결과에서 동일한 합금 특성을 보이므로 같은 청동합금이 사용되었다. 주조한 이후 형태 가공을 위한 고온에서의 열간가공과 담금질 등 열처리는 가해지지 않았다. 표면을 도금한 도금층에서 수은이 검출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일부에서 금박이 겹쳐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알갱이 상태의 금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도금층의 특징은 수은을 사용하는 아말감 도금법이 적용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아말감 도금은 도금층에 불규칙하게 쌓여 있는 덩어리 상태의 금 아말감 입자와 잔류 수은은 아말감 도금의 유력한 단서가 된다. 하지만 금동다층소탑의 도금층에서는 아말감 도금의 단서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금동다층소탑은 주조로 형태를 제작하고 금박을 표면에 입히는 금박도금법으로 도금하였다. 하지만 표면 부식이 매우 심해 금박을 어떻게 부착하였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금동다층소탑의 지붕 끝에 풍탁을 달기 위해 사용된 금속선은 구리에 미량의 주석이 포함된 구리합금으로 확인되었다. 이 금속선의 미세조직에는 가공 흔적이 남아있어 일정한 두께의 가는 금속선 제작에 인발기법이 적용되었다.